이강민 | 조회 1247 2013.01.31 21:39(edit. 13.01.31)
이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제2의 벤처 붐을 맞고 있는가’라는 보고서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오해가 낳은 오류를 바로잡고자 한다.
이 보고서는 벤처 캐피털이 투자한 벤처만이 진짜 벤처라는 이상한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벤처기업특별법의 제정 취지는 창업 초기 벤처 기업 지원에 있다. 미국도 벤처 캐피털은 창업 초기 투자를 피하고 있으며, 우리는 좀 더 심할 뿐이다. 창업 벤처는 기술의 장벽을 넘고 시장의 바다를 건너야 비로소 코스닥을 두드릴 자격이 주어진다. 벤처 캐피털은 기술 리스크를 넘어 코스닥 상장을 앞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실패할 위험이 없는 안전한 기업을 진짜 벤처라고 정의한다면 벤처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를 무시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벤처의 20%만 성공한다. 벤처의 매출이 줄거나 정체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이 보고서는 또 벤처 제도가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에 급급하게 만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벤처 전체의 매출이 매년 20% 정도 증가하고 매출 1000억 원의 벤처도 매년 같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이보고서는 코스닥 벤처가 405개에서 295개로 감소한 것을 심각한 문제처럼 지적하고 있다. 벤처의 법적 정의는 중소기업에 국한하고 있다. 코스닥 벤처의 감소는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이 된 결과다. 적어도 책임 있는 보고서라면 통계의 본질을 파악하고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KDI 보고서는 벤처 캐피털의 투자 회피를 정부가 몰아낸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도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방해하지 않는다. 단지 벤처 캐피털이 투자 회피를 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왜 투자를 회피하고 있는가’이다. 이는 코스닥의 시장 기능 약화가 본질이다. 바로 코스닥과 코스피의 통합 이후의 지배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다. 미국의 나스닥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산하에 있었다면 지금의 미국 벤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보증에 의한 벤처 인증 제도는 문제가 많고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벤처 생태계에는 태생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지향하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 숨쉬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에 기반을 둔 창업 활성화를 위하여 초기 투자의 활성화는 필수요소다. 바로 에인절 투자 활성화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벤처 인증 제도로의 보완이 개선의 방향이다. 에인절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의 개선과 중간 회수 시장의 활성화가 벤처 정책의 바른 방향이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 환자의 병은 더 악화되지 않겠는가. 스마트 시대를 맞아 모처럼 피어나는 기업가 정신에 기반을 둔 창업 활성화 기회를 놓친다면 한국의 미래 대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민화 KA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