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경상-재정적자에 '신흥국 연쇄도산' 공포 확산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경우 인도, 브라질 등 거대 신흥국들이 줄줄이 금융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신흥국 연쇄도산' 공포가 급확산되면서
20일 주가와 화폐가치·채권가치가 동반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외신들은 앞다퉈 '인도 파산설' '브라질 파산설' 등을 쏟아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머니>는 '인도 파산설'을, 영국 <로이터 통신>은 '브라질 파산설'을 긴급 타전했다.
1997년 우리나라가 IMF사태에 직면하기 직전, 외환위기가 아시아시장을 강타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19일(현지시간) 세계 주요외환시장에서 인도 루피화 가치는 과거 최저치로 폭락하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브라질 레알화도 4년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인도 루피화의 상황은 심각해 20일에도 3거래일째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패닉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루피화는 지난 5월 초부터 16.% 가까이 하락하면서 지난 2년간 값어치가 반토막 났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지난 17일 "인도가 1991년과 같은 채무 위기는 다시 맞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영국 <가이언>은 19일 "신흥국 위기의 마지막은 IMF에 손을 벌리는 단계인데 인도는 이 단계에 와있다"며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했다.
<CNN 머니>도 이날 "'인도 정부는 공황 상태'라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라고 가세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안잘리카 바르달라이 선임 애널리스트는 <CNN 머니>에 "인도 정부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인상을 시장에 주고 있다"며
"루피화 환율이 이미 정부 통제 능력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상품투자가인 짐 로저스도 20일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주식시장을 낙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절망적"이라고 가세했다. 인도가 해마다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를 기록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로이터 통신>는 '브라질 파산설'을 타전했다.
브라질 레알화가 6거래일 연속 폭락하면서 2009년 3월이후 4년여만에 최저로 곤두박질치고 있으나,
브라질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이 아무런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목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것.
이에 브라질 중앙은행은 외국자본의 해외이탈을 막기 위해 내주중 기준금리를 최고 0.7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이럴 경우 브라질 경제는 더욱 극심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도·브라질보다는 심각성이 덜하나 인도네시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6일 2분기 경상적자가 GDP의 4.4%를 기록하면서, 전분기의 2.4%보다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경제가 침체되면서 인도네시아가 직격탄을 맞은 것.
그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4년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처럼 신흥국 위기설이 급확산되자, 20일 아시아 증시는 선진국·신흥국 구분없이 급락했다.
우리나라 역시 코스피는 전날보다 29.79포인트(1.55%) 급락한 1,887.85로 장을 마치며 5거래일 만에 1,900선이 다시 무너졌다.
기관이 2천862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으며, 그나마 외국인이 2천879억원 순매수해 더이상의 폭락을 막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2원 급등한 1,120.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우리나라는 위기설이 나도는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 등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다.
이들 나라가 모두 막대한 경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견고한 경상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밖의 여건들은 낙관을 불허하고 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경기는 끝없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폭발직전이며 부동산거품도 계속 빠지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외국인자금도 다른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발하더라도 한국도 신흥국으로 동일시,
시장에서 대거이탈하면서 금융시장이 또 한차례 크게 요동칠 개연성이 높아 시장관계자들과 기업을 긴장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