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서 | 조회 2258 2013.07.16 19:47
2013년 7월 16일 오전
갑작스런 속보가 떴다. '검찰, 전두환 일가 12곳 전격 압수수색, 압류 절차 진행중.'
오오... 대단한걸...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10년간에도 하지 못했던 전두환 털기가 시작되는 신호잖아.
그러고보니 심상치가 않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야당에게 '지금 선거불복 하는 거냐'고 막 다그치듯이 묻고 있고, 조중동은 선거불복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거라고 일제히 입을 맞추고. 또 한편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귀태'발언으로 오래 전에 돌아가신 박정희 각하 욕보이지 말라고 노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검찰이 나서서 전두환을 턴다...
이것은 아무리 봐도 총동원령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라는 불길에 NLL을 끌어다 대 봐도, 개성공단 등 북한 문제를 끌어다 대 봐도, 중국 정상외교를 끌어다 대 봐도, 세상 어떤 물을 들이 부어 물타기를 시도해 봐도 불길이 잡히기는 커녕 고등학생들까지 나서서 시국 선언을 해 대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메이저 언론에서는 단 한 줄의 보도도 나오고 있지 않지만 이 장대비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주말마다 서울 시청앞에서는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총동원령은 '이 상황을 초기에 제압하지 못하면 진짜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정권 차원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거라고 밖에는 보기 힘들다.
그래서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 과연 잘 될까?
다행한 것은, 이 총동원령이 진짜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찌질한 물타기로 끝나고 정국은 여전히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에 집중될 것인지가 오로지 '여론'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방송을 장악해도, 사람들이 제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해도, 언젠가는 폭발하는 것이 여론이다.
4,19 때는 언론들이 이승만의 치부를 앞장서서 까발렸나? 87년 6월에는 신문들이 전두환 물러나라고 보도했나? 다 여론이 먼저 폭발하고 대세가 기울자 뒷북만 쳐 대는 것들이 언론이었다.
구질구질하게 긴 얘기도 필요 없다. 사람들의 뇌리에 이 한 마디만 떠오르면 게임은 끝난다.
"이거, 좀 심하잖아.. "
그렇게 되는 순간 세상은 바뀌기 시작하는 법이다. 이것은 역사 속에서 한두 번 벌어진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게 되어 왔던 철칙과도 같은 것이다.
문제는 과연 지금의 상황이 길거리의 장삼이사, 여론을 구성하는 조용한 다수의 머리 속에 '이거 좀 심한데...' 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상황인가 하는 것 뿐이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과연 총동원령에 의해 등장한 대형 물통의 물들이 과연 제대로 된 물인가를 따져보는 일.
첫째, 선거불복
선거에 불복하는 것은 나쁜 짓이다. 우리가 이인제를 비웃는 것이 무슨 이유였던가. 멀쩡하게 잘 치러진 경선에 불복하고 판 깨고 나가버리는 그 조잡한 버릇을 비웃는 것 아니었나?
그만큼 서로 약속을 하고 규칙을 정해 치러진 게임에는 패배자의 승복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불복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에 너무 쫄지 말자. 선거불복이 나쁜 짓이 되려면 매우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당연하잖아.
'선거가 제대로 치러졌는지 여부'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다면, 불복을 안하는 게 바보고, 승복을 하는 게 바보짓이다.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상적으로 치러졌다면 선거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거가 뭔가에 의해 간섭을 받는 순간, 즉 서로간에 약속해서 정한 규칙이 깨지는 순간 이미 선거의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법이다.
우리 중 아무도 그녀의 불복을 욕하지 않았다.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