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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행동의 이해, 무뇌먹물 다스리는 법

| 조회 1454 2011.12.14 18:39

[칼럼]진중권 내부노선싸움 골몰…김어준 외부서 일벌려
김동렬 칼럼니스트 | newsface21@gmail.com 

 

누가 장개석에게 물었다. ‘일본군 놔두고 왜 공산당과 싸우지?’ 장개석은 이렇게 변명했다.

“공산당이 뱃 속의 암이라면 일본군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타박상이다. 어느 쪽이 더 위중한가? 일본군에게 땅을 뺏기더라도 우리가 힘을 모아 되찾으면 되지만, 내부에서 중국을 곪게 만드는 공산당은 병이 악화되면 해결방법이 없다.”

 

논쟁하면 먹물이 이긴다. 그런데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진다. 논쟁으로 이기는건 의미없다. 누구 말이 맞느냐가 아니라 누가 우리편이냐가 중요하다. TV토론에서 말로 이기려 한다면 졸렬한 거다. 말이 맞아봤자 입바른 말일 뿐 본질에서 어긋나 있다. 말씨름에 밀리면 표면적으로는 고개를 끄떡끄덕 하지만, 내심으로는 절대 승복 안 한다. TV토론 보고 그 논리를 수긍해서 생각을 바꾸는 사람은 없다.

 

단지 누가 우리편인지, 누가 진정성이 있는지, 누가 더 똑똑한지를 볼 뿐이다. 그리고 이런 판단은 대개 첫인상에서 5분 안에 결판난다. 나머지 시간들은 자기가 확신한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TV토론은 나경원도 제법 했다. 그래서? 골로 갔다. 좀 아는 고수라면 TV토론에서는 오히려 버벅거림으로써 진정성을 입증하는 방법을 쓴다. 유시민도 토론은 곧잘했는데 그걸로 얻은거 별로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문회에서 정주영을 몰아붙일 때 논리로 이긴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감정이입을 통해 자신이 노동자의 편임을 보여주었다. 포지션으로 이긴 거다. 누구편이냐가 중요한 거다. 감정이입이 정답이다.

 

장개석이 말은 그럴듯하게 한다. 근데 암은 원래 내부에서 못 고친다. 왜? 풍선효과 때문이다. 공산당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자리를 옮겨갈 뿐이다. 병을 확산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밖에서 길을 열어야 한다.

 

진중권과 민주당의 공통점은 내부 노선싸움에 골몰 하는 거다. 내부에서 지가 짱먹으면 요술을 부려서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김어준은 외부에서 일을 벌였다. 박원순, 안철수도 외부에서 한나라당을 쳤다.

 

배가 아프면 바늘로 따면 된다. 외부를 건드리는 거다. 밖으로 길을 열어주면 문제는 저절로 해소된다. 일본군과 싸워서 이기면 공산당은 저절로 사라진다. 필자가 그동안 유시민의 역할에 주목한 것도 포지션이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전선은 한나라당과의 사이에 그어져 있다. 누가 한나라당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가? 첫째는 경남, 둘째는 수도권, 셋째가 충청, 호남이 가장 나중이다. 적과 가장 가깝게 대치한 곳에 정답이 있다.

 

적의 땅을 빼앗으면 배후지가 생겨난다. 밀도가 낮아져서 압력이 내려간다. 스트레스가 저감된다. 이것이 병을 고치는 방법이다. 내부에서는? 원래 답이 없다. 뱃 속의 암은 고칠 수 없다.

 

우리가 무역을 통해서 어떻게 해보려는 것도 내부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의 전개는 모두 우리가 외부로 뻗어나가는 과정이었다. 반드시 외부에서 운신할 배후지를 찾아야 한다.

 

흔들리는 배를 안정시키려면 외부로 닻을 내려야 한다. 외부에 밧줄을 매야 한다. 외교를 해야 내부가 안정된다. 이명박이 내부에서 네티즌을 이잡듯 했지만 편가르기만 되었을 뿐 안정되지 않는다. 미일중심 편중외교로 외부가 틀어졌다.

 

병이 생기는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부의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뱃 속에 가스가 찬 것이다. 이 때는 외부로 빠져나가서 밀도를 낮추어야 한다. 압력을 줄여야 한다. 두 번째는 급하게 성장하다가 내부의 밀도가 낮아지고 간격이 벌어져서 밸런스가 깨진 것이다. 이때는 몸을 움츠려야 한다.

 

언어에도 결이 있고, 생각에도 결이 있고, 행동에도 결이 있다. 결 따라 가도록 세팅되어 있다. 언어는 전제에서 진술로 간다. 생각은 언제라도 목적어를 따라간다. 행동은 무조건 상호작용을 늘리는 쪽으로 간다. 이 방법이 옳을까? 아니다. 인간의 언어, 생각, 행동은 모두 잘못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 세상이 굴러가는 이유는? 상호작용 때문이다. 한 사람의 언어, 생각, 행동은 모두 잘못되지만 둘이서 시소를 타면 반전된다.

 

◎ 인간이 잘못하는 이유는 – 원래 잘못하도록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 생각, 행동은 모두 상부구조를 불러내는 형태로 되어 있다. 공동체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모든 언어, 생각, 행동은 쉽게 말하면 ‘아빠한테 이를거야’가 된다. 진중권이 무슨 소리를 하든 ‘엄마한테 이를래’로 정리된다.

 

진중권의 상부구조는 지식인 집단의 공론이다. 나꼼수측의 상부구조는 ‘대중의 공분’이다. 어느 쪽이든 상부구조를 불러내면 이긴다. 논쟁으로 상대방을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엄마한테 이르는 것’이다.

 

문제가 주어지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반대쪽으로 간다. 잘못된 길을 선택한다. 계에 스트레스를 가하여 개인의 판단이 아닌 집단의 판단을 불러낸다. 더 많은 사람이 사건에 개입하도록 만든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다. 개인이 오판함으로써 집단 내부의 상호작용을 늘려, 시행착오 끝에 결국 집단이 바른 길을 찾게 하는 본능이다. 이 방법을 입으로 하면 그나마 낫다. 총으로 이 미친 짓을 하면? 2차대전이 일어났다.

 

지식인이 무려 생각을 해서 판단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거짓이다. 생각이라는 것을 할줄 아는 지식인은 없다시피 하다. 철저하게 본능대로 간다. 포지션의 명령을 충실하게 집행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상부구조에 종속되어 있다. 진중권 등은 주어진 자기 포지션에서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진짜라면 넘어설 수 있어야 하는 벽 말이다.

 

동물들의 무리에서는 아직 리더가 아니지만 어떤 이유로 사실상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되는 넘이 있는데 결국 그 놈이 리더가 된다. 인간이라고 다를까? 천만에! 마치 리더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가 결국 리더가 된다.

 

자기 포지션을 넘어설 때 그것은 가능하다. 역할게임에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 자기답지 말아야 한다. 자기 신분과 소속집단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행동을 하려는 속성을 극복해야 한다. 지식인은 대중처럼 행동해야 하고 대중은 지식인처럼 행동해야 한다.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외부의 스트레스를 내부로 들여오는 역할을 하고 엄마는 본능적으로 내부의 스트레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본능에 충실하다가 신성일처럼 허벌나게 맞는다. 포지션을 넘어서고 역할을 넘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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