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 | 조회 2093 2011.09.28 16:44
아하스@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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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에 출마한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행실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장애인 보호시설을 방문하여 봉사하는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장애아동을 알몸으로 목욕을 시키는 장면을 촬영했던 것이다.
정치인 개인의 홍보를 위하여 타인의 신체에 대해 지켜야 할 존엄성이 간단히 훼손되는 사실을 보고 분노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에 대한 내 친구의 언급은 날 흥분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라도 홍보가 되서 그 장애인 시설에 기부가 더 들어온다면 괜찮은 거 아니야?"
정말 그런 맘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 순간 그것은 봉사가 아니라 나체쇼가 되는 것이며, 이는 장애인을 창녀와 다를 바 없이 취급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더니, 니가 돈을 한 푼이라도 내고 그런 불평을 하고 있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할 수 없이 장애인 시설 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개인의 나체를 공중에게 노출시키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반박까지 해야 했고, 그것으로 이 대화는 조용히 끝났다. 상호이해가 아닌 편리한 침묵을 위하여.
처음보는 타인에게 순순히 자신의 알몸을 맡겨야 할 만큼 무력하고 미미한 자의식을 지닌 사람에게, 자신의 신체가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당장의 밥과 따뜻한 보금자리가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앞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의 몸은 얼마든지 정치인의 사진 속 미장센으로 이용되어도 무방한 것인가?
여기서 흔히 벌어지는 착각은 장애인을 보호하는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을 뿐이라는 식의 생각이다. 장애인은 장애가 있다는 걸 고려해서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가 평범한 사람으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까지 장애를 둬선 안된다.
장애인의 지능지수에 맞춰서 그가 지닌 권리까지 차등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옳은가? 그렇다면 지능지수가 낮아질수록 무시할 수 있는 개인의 자존 영역은 넓어진다. 떨어지는 지능이 이윽고 개의 그것과 엇비슷하게 되면? 어떤 정치인이 봉사정신을 뽐내기 위해 장애인의 몸을 함부로 벗길 때, 그 행동은 유기견을 닦고 있는 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장애인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개로서 보호하고 있기에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날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돈이 더 들어오면 좋은 결과가 아니냐는 생각의 습관. 어떤 댓가를 치르든 수입의 증대로서 만족할 수 있다는 합리화. 그런 만족이 비단 자의식이 결여된 장애인 뿐만 아니라 정상인도 납득가능하다는 전제.
이승만과 박정희.
한 사람은 사유재산의 보장을 가능케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사유재산의 향유를 가능케 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런 수식어를 붙인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독재자는 독재자일 뿐이며, 대한민국의 건국과 근대화는 다른 방식으로도 가능하다라는 진실은 끝내 부정된다. 그 합리화를 위한 여러 핑계 중 하나.
당시 우리나라 국민은 수준이 낮았다. 모든 것이 낙후되어 있어서 스스로 일어날 수 없었다. 공산화의 위협 때문에 국민을 이끌 수 있는 강한 리더쉽이 필요했다. 그래서 총과 칼로써 홀로 아버지가 된 그들. 강제로 아버지가 된 대신 필요한 것은 폭행당하는 모성. 그렇게 유린된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 그리고 시민의 인권. 가정폭력이 사랑의 한 방식이듯, 유린된 민주주의도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민주주의의 한 종류. 계속되는 도착과 집착.
이승만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
이승만은 “최고의 지성인”(유영익 한동대 교수)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폭력, 그에 대한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저항 대신, '근대적 제도의 이식 과정과 우리 민족의 수용' (한국현대사학회)
대한민국 국민을, 나아가서 멀쩡한 우리 각 개인을 장애인 취급하고 민주적 사고를 유린하면서, 우리를 보호하고 대신할 다른 존재가 꼭 필요하다고 세뇌하는 독재자의 자식들, 강간범의 공범들.
광주인화학교는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경원 후보의 해프닝도 우연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구조가 반복하는 어떤 프랙탈의 형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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