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오세훈 vs 박원순, 무엇이 변화하고 있나?

| 조회 1764 2011.11.07 15:42

박원순 vs. 오세훈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3주째, 박원순 서울시장의 파격 행보가 시민들 사이에 연일 화제다. 그 난리를 쳤던 무상급식 문제가 취임 하루만에 해결됐고, 지하철로 출근하려는 박 시장을 태우려고 기다리는 지하철 전동차를 시민들에게 피해 준다며 그냥 보내 권위주의 타파 정신을 몸소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정부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지키지 못한 반값 등록금을 취임 며칠 만에 실현시켜 시민들로부터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어서 서울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보도가 이어져 이제 시민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명박은 '선거공약은 대통령 된 이후에 안 지킬 수도 있다'고 한 반면, 박 시장은 시장 공약을 모두 취임과 동시에 실제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박 시장의 행보는 뚜렷한 철학이 기반이 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박 시장의 파격 행보는 모두 아래로 향하는 자세와 경청, 상식과 합리라는 틀 안에서 이해된다. 이런 모습은 전임 시장인 오세훈 시장과 극명하게 대조돼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낳는다.

오세훈 vs. 박원순, 차이는?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일어난 에피소드 하나. 비오는 날 오세훈 전 시장이 거리에서 시민들과 대화에 나섰다가 수행원들이 건네준 우산을 받아들었다. 시민들은 물론 수행원들조차 그가 당연히 우산을 펼쳐들어 시민들과 함께 쓸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의외의 장면이 펼쳐졌다. 오 시장이 받아든 우산을 펼치더니 자신의 머리 위만 가렸다. 그의 곁에 서 있던 한 시민은 우산을 든 시장 옆에서 비를 맞고 서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는 한 공무원은 “시장은 행정가이자 정치인이기도 한데 그런 자리에서 자기만 우산을 쓰는 걸 보고 좀 황당했다. 그럴 때 시민에게 우산을 건네 비를 가려줬으면 얼마나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됐을까”하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대비되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행보는 취임 3주밖에 안 됐지만 한 두 사례가 아니다. 박 시장은 취임 며칠 뒤 환경미화원들과 직접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일반 정치인들처럼 잠시 제스쳐만 취하다가 촬영이 끝나면 자리를 접지 않고 박 시장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진지하게 쓰레기 수거 활동에 전념했다. 

한 네티즌은 쓰레기 수거에 열심인 박 시장의 사진에 대해 “사진을 보니 시장 참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즐거워했다. 박 시장의 이런 파격적 행보는 바라보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했다. 정치인이 사람들이 표정을 찡그리지 않고 미소짓게 하는 것만으로도 큰 능력이다.

이런 사례는 더 있다. 박 시장은 을지로 4가 장애인 화장실에서 사망한 한 노숙자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일정에는 없었지만 즉시 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찾아가 조문했다. 헌화하고 조의를 표한 시장은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한 노숙자의 죽음에 대해 조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와 박,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달라 =아래로 향하는 자세, 겸손, 경청, 상식, 합리 등의 어휘는 박원순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어휘다. 이런 면은 그의 정책으로 이어지며 전임 시장과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르다는 평이 나온다.

일자리 정책만 봐도 그렇다. 

전임 오 시장과의 에피소드 둘.

대학생 졸업자들의 일자리 문제가 크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던 시점에 서울시는 대학생 인턴을 서울시나 자치구, 시 산하기관에 인턴으로 대규모 채용했다. 당시 이 정책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기대가 한풀 꺾였다. 오 시장의 철학에 기반한 현실 인식이 과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 시장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인턴으로 대규모 채용된 대학생들을 나중에 서울시나 자치구, 산하기관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고려중이신가요?”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이랬다.
“아니, 천만에요. 요즘 공무원이나 산하기관 직원 되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런 식으로 정식 채용을 해요.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하도 일자리가 없으니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일자리를 주는 수준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답이지만 왠지 메마른 느낌을 받았었다. 이런 갈증은 박 시장 취임 후 며칠 만에 시원하게 해소됐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당시 서울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과연 이걸 어떻게 실현할까 초미의 관심사였다. 박 시장은 과감했다. 언론에는 서울시 비정규직 2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보도가 대서특필됐다.

둘의 언론관도 달라 =오세훈 시장의 언론관은 놀라웠다. 사석에서 대화 중 오 시장은 “언론은 관리해야 된다”고 했다. 대화 도중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실제 생각이 그렇더라도 입으로 그런 표현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그의 언론관은 과감했다.

취임 후 서울시청 기자실을 찾은 박 시장의 언론관은 어땠을까. 50여명의 출입기자들이 모여 있는 브리핑룸에 들어오던 박 시장의 행보는 역시 파격적이었다.

그는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했다. 으레 시장인 줄 아는데도 첫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고 명함을 교환하는 장면은 신선했다. 잠시 당황했던 기자들은 곧 새 시장과 명함을 나누기 위해 줄을 섰다. 그리고 빠짐없이 악수를 하며 박 시장의 손도 잡아봤다. 이날 언론과의 만남에 예정된 시간은 한정돼 있었지만 박 시장은 개의치 않고 악수를 이어갔다.

잠시 후 직원들의 자제 요청과 기자들의 배려로 악수 행렬은 중단됐지만, 두고두고 박시장의 명함 사건은 얘깃거리로 남았다.

그는 또 이어진 기자들과의 대화 중 “제가 뿔이라도 달렸나요? 한나라당은 제가 이곳저곳에서 협찬을 많이 받았다고 협찬 시장이라고 하는데 협찬이 사실 얼마나 중요한 겁니까. 저는 안철수 원장의 협찬,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협찬, 시민의 협찬을 받아 시장이 된 것 아닙니까. 이제 시장으로서 저에게 최대 협찬 대상은 언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민들에게 낮은 자세로 임하던 박 시장은 언론을 대할 줄도 안다는 평을 들었다.

서서 보고 시키고 vs. 함께 앉아서 보고 받고 =오 시장은 앉아서 서 있는 부하 직원들로부터 보고 받았다. 시장이 대하는 부하직원들은 대부분 서울시 고위 간부들로 그들 중에는 오 시장보다 나이가 많은 이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오 시장이 앉으라고 하지 않으니 모두 서서 보고를 했다. 나이가 많은 간부들은 서열에 따라 그렇게 하지만 그런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도 박 시장은 180도 달랐다. 

박 시장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을 때 함께 앉아 얘기를 듣는다. 당장 보고 방식에 격이 깨지면서 부하 직원들로부터 호평이 나온다. 시장님과 함께 앉아 격의없이 얘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감격스럽다는 것이다. 권위적 분위기가 사라지니 커뮤니케이션에도 도움이 더 된다는 반응들이다.

오 시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강연을 잘해 달변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기자설명회나 시민 강연 등에서 막힘없이 술술 서울시정에 대해 설명하는 장점이 있었다. 윗 사람이 발언 기회를 많이 갖는 공직 사회에서 그는 당연히 말을 많이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이런 관례도 깨고 있다. 대체로 부하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달변가와 경청가로 둘의 차이는 대비된다.

같은 시장인데 이렇게 차이나는 원인은 뭘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태도는 상황에 따라 다양해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지만 그 본질적 차이는 두 사람의 철학에 바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용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철학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조직의 수장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시정이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는 것을 체감한 시민들은 다음 정부에서도 철학을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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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러분...정치인이나 자체단체장은 생긴거나 손이 예쁘다는 이유로 뽑는 게 아닙니다. 깨달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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