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퍼온글] 청와대가 ‘내곡동 땅’ 풍수를 본 까닭은

| 조회 2484 2011.10.12 18:25

(한겨레 / 김종구 / 2011-10-11)

이명박 대통령에게 재산 문제를 둘러싼 잡음은 숙명인 모양이다. 대통령으로 올 때도 재산의 불투명성으로 시끄럽더니 떠날 때가 가까워지니 사저 신축 문제로 소란스럽다. ‘비비케이 의혹’으로 시작해 ‘내곡동 의혹’으로 끝나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사람은 집을 닮고 집은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고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생활을 접고 봉하마을로 내려간 것은 여생을 농촌문제에 직접 부딪쳐 보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았다. 봉하마을 사저를 설계한 건축가 고 정기용 선생은 “노 대통령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귀의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 농사도 짓고 마을에 자원봉사도 하고 자연도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며 “(그래서 지을 집은) 흙집에다가, 도시 사람으로는 살기에 불편한 집, 그러나 품위가 있고 자연과 조화로운 집”으로 설계하기로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뒤 굳이 논현동 집을 마다하고 내곡동에 자리를 잡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집을 짓고 살려는 것일까. 그 깊은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마는 몇 가지 추리할 단서가 없지는 않다.

 

아들 이시형 씨와 경호실의 집터 공동매입 후 쪼개기, 경호실 예산의 과다 투입, 형질변경 특혜 의혹 등 석연치 않은 여러 과정을 보면 뭔가 교묘한 ‘재산관리’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런 의혹은 앞으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하겠지만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것은 올봄에 청와대 쪽이 내곡동의 집터가 좋은지를 한 풍수지리 전문가한테 자문했 다는 점이다. 특히 부인 김윤옥 씨가 적극적 이었다고 한다.

 

집을 지으면서 풍수를 보는 것이야 흔한 일이지만 이 대통령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대통령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풍수지리 같은 것에는 무척 냉소적이었다. 2008년 취임 초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만찬 자리에서 ‘청와대 터가 나빠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해졌다’는 말이 화제가 되자 이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나는 풍수지리 따위는 믿지 않는다”고 공언한 적도 있다.

 

그런 이 대통령 부부가 내곡동 터의 풍수지리에 관심을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퇴임 뒤의 안위’가 지금 청와대의 최대 관심사가 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집터가 좋아야 일신이 평안하고 집안에 복이 깃든다는 게 풍수지리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내곡동 사저 신축의 이유가 딱히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중요한 배경의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보면 얄미운 생각도 든다. 농촌에 내려가 소박하게 살겠다는 전임 대통령을 괴롭혀 죽음에 몰아넣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분이 정작 자신의 퇴임 뒤를 걱정해 풍수지리까지 참고한다는 점이 역겨워서다.

 

앞으로 살 집의 건축 콘셉트는 무엇일까. 자연과의 조화? 흙과 함께하는 소박한 삶? 아무래도 그런 개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 대통령이 살아온 이력이나 집터의 위치, 크기 등을 고려할 때 아마 쾌적하고 안락한 노후생활이 최우선일 공산이 크다.

 

그러면 내곡동은 좋은 집터인가. 원래 내곡동 일대는 조선시대 유명한 ‘헌릉 논쟁’(태종의 묘인 헌릉 뒤 고갯길의 통행을 허용하면 지맥을 상할 염려가 있으니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쟁)의 대상이 됐던 곳이다. 한 풍수전문가는 “이 대통령이 스스로 시끄러운 곳을 찾아간 셈”이라고 말했다. 그런 분석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좋은 집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땅을 놓고 벌써부터 엄청난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 하기야 공명정대한 길을 버리고 편법과 꼼수를 부리면서 어찌 복을 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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