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리 | 조회 3718 2012.01.18 20:54
SIFFF 2009 개막작으로 선정된 [우당탕 마을]은 ‘Pic Pic’이라는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스테판 오비에와 뱅상 파타 감독의
유명한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의 극장용 장편영화이다. 2007년부터 2년에 걸쳐 극장용 영화로 제작, 완성된 이 영화는 3D애니메이션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철저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특유의 거칠면서도 정감 어린 세계를 재현해낸다. 작은 농촌 마을을 종횡무진 움직이는
플라스틱 인형 캐릭터들의 동작은 버스터 키튼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상기시키고 이야기는 유쾌한 부조리극을 연상시킨다. 스테판 오비에가 테리 길리암의
<날으는 서커스단 Flying Circus>의 영향을 받았음을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는 괴상한 은유로 축소된 세계를 재현해내고
있다. 물론 1940년대부터 벨기에 만화의 부흥기를 이룩한 스피루Spirou나 에르제Herge같은 작가들의 그림자도 어렴풋이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영화 속에 <땅땅의 모험 Les aventures de Tintin et Milou>과 같은 경쾌한 유머와 리듬이
있다면,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해 엉뚱한 모험의 판타지로 초대하는 캐릭터들의 어수룩함과 엉뚱함은 아이러니나 풍자의 칼날보다는 케이크에 꽂힌 양초의
촛불처럼 로맨틱하다.
우아하고 언제나 침착한 주인공 말, 말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매력적인 음악학교 선생 마담 롱그레, 언제나
주변을 감동시킬 계획을 세우지만 우발적 사고를 저지르고 마는 인디언과 카우보이, 언제나 호통을 치는 우직한 농부 스티븐과 언제나 양동이를 들고
있는 그의 아내 자닌느 등, 대부분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이들이 사는[우당탕 마을] 내부엔 지하세계로 통하는
출구가 있다. 말과 인디언과 카우보이는 지하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결국 영화는 인간과 동물이 사는 마을, 휴머노이드 아뜰랑뜨가 사는 수중, 지구
에너지 핵이 있는 지하세계라는 세 개의 공간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유토피아를 창조한다.
이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는 전적으로 착각과
실수를 연거푸 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캐릭터들의 고유한 성격들이 창조한 세계이다. 마을을 지키는 경찰초소가 경찰의 엉터리 조사로
무고한 사람을 가두는 감옥으로 한 순간 변하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없는 주인공들이 사는 [우당탕 마을]은 결국 미지의 세계와도 소통한다. 우리
속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면서 ‘아름다운 변화’를 비약적으로 실현하는 즐거운 모험에 빠지게 하는 이 영화를 통해 SIFFF 2009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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