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드라마] 웰컴

| 조회 2555 2011.11.14 18:18

웰컴 

17살 쿠르드인 청년 비랄은 사랑하는 연인이 영국으로 떠나자 그녀를 만나기 위해 영국 행을 결심한다. 4.000km 사막을 걸어 프랑스에 도착했지만 밀항 도중 이민국 경찰에게 체포되어 추방 당한다. 더 이상 영국으로 갈 수 없는 위기에 놓인 비랄은 수영으로 도버해협을 건너기로 결심하고 수영을 배우러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몬을 만난다.

시몬은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였으나 지금은 동네 작은 수영장에서 강사를 하고 있으며 아내와도 별거중인상태다. 불법체류자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는 시몬의 아내는 시몬이 이기적인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하며 집을 떠났다. 시몬은 아내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비랄을 돕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몬은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청년 비랄을 보면서 진심으로 그의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게 되는데.. 과연 비랄은 35.4km 너머의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웰컴>은 제목처럼 웰컴이라는 환영의 인사말을 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 청년 비랄의 영국을 향한 밀항이 실패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세트가 아닌 실제 불법이민자들의 캠프 장소를 포함해 거의 모든 장면이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어 현실감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이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을 진솔하게 따라간다. 프랑스 북부 칼레의 수영코치인 중년 남자 사이먼은 별거 중인 아내와의 재결합을 원할 뿐인, 어느 정도는 세상사에 무관심하고 고독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쿠르드 청년 비랄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내면의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영국에 체류하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바다를 헤엄쳐 영국으로 가려는 비랄과 마지못해 그의 수영레슨을 도와주기 시작한 사이먼의 관계는 추운 겨울 깔레의 바닷가와 한적한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처럼 침묵과 간헐적으로 응축되어 드러나는 감정 표현만으로 담백하게 그려진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 해협의 거리는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가난한 불법체류자들이 직면한 현실의 벽처럼 실제보다 먼 거리가 되어버린다. 비랄의 사랑은 거리의 수치를 지워버리지만 현실은 한 청년의 낭만적 사랑을 차갑게 삼켜버린다. 무모한 용기가 돼버리고 말 비랄의 사랑은 얼어붙은 사이먼의 가슴을 서서히 녹여간다. 이방인 청년에게서 부정(父情)을 느끼게 되는 사이먼의 내적인 변화는 낯선 감정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거쳐 문득 스스로에게 자각되는 거대한 감정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묘사된다. 감정의 정확한 흐름을 짚어내고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설명 없이 드러내는 절제된 사건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두 개의 현실을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을 뛰어 넘는 사랑의 힘과 한 개인의 생존, 사랑 따위는 아랑곳 않는 매정한 현실의 힘. ‘사랑하면 가족입니다’ 라는 SIFFF의 슬로건은 열린 마음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주문일지도 모른다. <웰컴>은 인종과 세대를 초월하는 사랑이 결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평범하고 또 고독한 인간들의 만남의 이야기라는 걸 조용히 보여주는 영화이다. 쓰러져 있는 낯선 사람에게 내미는 작은 관심의 손길처럼, 소박한 사람들의 내면에 숨어 있는 사랑의 힘을 발견하게 하는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변화’를 시도한 SIFFF 2009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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