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염듕이 | 조회 3112 2011.07.25 22:00
세느강 위를 달리는 열차, 교각 아래 한 중년의 신사(폴, Paul: 마론 브란도 분)가 양손으로 귀를 막은 채 괴로운 듯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 비명은 기차의 기적 소리에 이내 파묻혀 버린다. 허탈하게 허공을 보고 걸어가는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그 남자 뒤로 걸어오는
젊은 여인(잔느, Jeanne: 마리아 슈나이더 분)은 그의 눈물을 보지만 그냥 지나치고 그 역시 무관심하게 스쳐간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고 들어갔던 잔느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폴(Tom: 쟝-피에르 러드 분)과 다시 마주친다. 얼마 후 그 둘은 허름하지만 오래되어 다소
운치가 있는 임대 아파트에서 또 마주친다. 집과 가구를 둘러보는 잔느를 벽에 몰아붙인 채 키스를 퍼붓는 폴. 잔느도 열렬히 응하고 둘은 이름도
모른 채 짐승들처럼 격렬하게 정사를 나눈다. 섹스가 끝난 뒤 둘은 인사도 없이 서로 모르는 남남으로 거리를 나선다. 잔느는 기차역으로 달려가
사랑에 빠진 얼굴로 약혼자에게 안기고 폴은 아내가 자살한 여관방으로 향한다.
장모(Rosa's Mother: 마리아 미치 분)는
폴에게 딸의 자살 이유를 묻지만 폴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분노하며 소리친다. 폴이 알고 있는 것은 아내가 위층에 세들어 사는
마르셀이란 남자에게 자신과 똑같은 파자마, 똑같은 술, 똑같은 육체를 제공하며 살았다는 것 뿐이다. 혼란에 쌓인 그는 허탈해하며 아파트로
돌아간다. 임대아파트에서 다시 만나는 뽈과 잔느. 둘은 당연한듯이 정사를 나눈다. 폴은 자신의 신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잔느에게 소리친다.
"나는 너의 이름을 알고 싶지 않아! 너는 이름도 없고 나도 이름이 없어.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거야."
폴의 고독감에 짓눌린
잔느는 약혼자의 청혼을 받아들이지만 약혼자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인 폴에게 매력을 느끼고 다시 아파트를 찾는다. 그러나 이미 폴은 이사를 가버렸고
잔느는 빈방에서 흐느낀다. 처음, 아파트를 나서면서 남남으로 돌아섯듯이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세느강변을 걷는 잔느. 그녀에게 다가가는 폴. 폴은
도망가려는 잔느를 따라 탱고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는 홀로 들어서며 그동안 그렇게도 거부해 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잔느는 대화보다
둘이 정사를 나눌 수 있는 호텔을 원한다. 폴은 잔느를 업고,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는 곳으로 걸어나가 미친듯이 파격적인 춤을 추면서
심사위원들에게 엉덩이를 까보이기까지 한다.
[스포일러] 폴의 슬픔과 삶에 대한 분노를 이해할 필요가 없는 잔느는 폴의 파행적
행동에서 도망가고 싶은 뿐이다. 잔느는 폴을 버려둔 채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가기 시작한다. 그 뒤를 쫓아 달리는 폴. 드디어 폴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잔느를 붙잡는다. 비명을 지르며 폴의 손을 뿌리치는 잔느. 잔느는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 아버지의 유품인 권총을 손에 쥔다. 뒤따라
들어온 폴은 잔느에게 다가가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인다. 잔느는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폴은 비틀거리며 테라스로 나가 난간에 자신이 씹던
껌을 붙이고는 쓰러진다. 폴의 죽음을 보면서 잔느는 미친듯이 중얼거린다. "난 저 사람을 몰라. 저 사람이 날 쫓아왔어. 날 겁탈하려고 했어.
저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야. 난 저 사람이 누군지 몰라.. 누군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