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태연 | 조회 1154 2011.07.24 18:07
순지는 낚시꾼들을 상대로 촌닭을 팔아 살아간다. 마을 파출소의 정순경은 순지 주변을 서성일 뿐 다가서지 못하고, 순지는 그런 정순경에게
지쳐간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기다리다 반송장이 되어버린 순지엄마는 골방에 누워있다. 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이었던 아버지가 순지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2008년 5월 짜구와 그 일행들이 군용 지프차를 몰고 순지마을로 들이닥친다. 순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짜구에게 빠져든다. 짜구는 순지를 이용하여 정순경의 파출소에서 총기와 탄약을 탈취한 후 주저 없이 마을을 떠난다. 순지는
짜구를 찾아 혹은 아버지를 찾아 광주로 떠나고, 정순경은 짜구에게 빼앗겨버린 순지와 총들을 되찾기 위해 그녀 뒤를 쫒아 간다. 순지가 맞닥뜨린
광주는 80년 당시의 ‘역사’와 오늘의 ‘재현’이 충돌한다. 그곳에서 순지와 짜구 그리고 정순경은 혼란의 한복판으로 휩쓸려
들어가는데...
연출의도. 1980년 5월, 느닷없는 총성이 귀 고막을 때렸다. 자욱한 피비린내에 콧구멍을 틀어막고 살육의 현장에
눈이 뒤집혔으며 오월 한낮의 핏빛 햇살을 온몸에 뒤집어썼다. 난생 첨으로 만져본 소총의 서늘한 촉감을 난 여태껏 기억해낸다. 국어 책 속에 납작
엎드려 숨죽이고 있던 활자들이 일제히 깨어나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의 오감(五感)을 흔들어 깨웠다. ‘5월’을 광주에서 산다는 것은 ‘그날의
기억’을 다시 사는 것이다. 나는 그 기억의 영화적 재현을 위해 굳이 ‘80년 오월의 광주’로 되돌아가지 않기로 한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오일팔은 늘 그렇게 재현되지 않던가! 해마다 5월이면 광주에서는 ‘오일팔’이 다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