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중국은 '루이스 전환점', 서구는 '민스키 모멘트' 상황"
최근 '중국 성장 한계론'이 무성해지고 있다. 중국이 경착륙하면 한국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차이나 쇼크' 경고론도 덩달아 울려퍼지고 있다. 지난 19일 <뉴욕타임스> 칼럼과 영국에서 개최된 '제2회 두산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 초청 연설을 통해 중국의 위기를 '루이스 전환점'으로 풀이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진단도 이미 국내에도 3년 전부터 회자되던 내용이라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중국식 경제모델, 얼마나 쎄게 추락하느냐만 남아있다"
주목되는 것은 경고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방향성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칼럼에서 "중국이 큰 난관에 빠져있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일시적이거나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식 경제성장 모델이 이제 만리장성 같은 거대한 벽에 부딪치려는 상황이며, 단지 그 충격이 얼마나 나쁠 것이냐만 지켜볼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식 경제성장 모델의 한계를 논하는 핵심은 투자와 소비의 불균형이다. 한 사회의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에서 중국의 지니계수는 지금 당장 폭동이 날 수준이라는 0.4를 지나 0.5에 육박하고 있다. 수십년에 걸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고도성장의 과실이 소수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루이스 전환점'이다. 197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아서 루이스가 제시한 개도국 경제발전 단계 이론으로, 초기에는 농촌에서 공급되는 풍부한 '잉여노동력'으로 임금을 적게 주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가 몰리지만, '잉여 노동력' 공급이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 결국 투자 수익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성장의 과실 중 상당부분은 재분배되지 않고 국영기업 등의 재투자용으로 막대한 자본으로 축적돼 있다는 것이다. 이제 투자 수익은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면서 급격히 감소하게 되어 있는 반면, 소비지출은 급격히 늘기 어려운 '투자와 소비의 불균형'이 극심해진다는 것이다.
"균형조정? 말이 쉽지…"
크루그먼 교수는 "심각한 침체를 피할 정도로 신속한 균형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시간이 갈수록 그 대답은 부정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중국 정부는 개혁 대신 인위적인 경기부양만 해왔다"면서 "심판의 날을 연기할 수 있지만, 늦게 올 수록 타격은 더 커질 것이며, 그 날이 마침내 당도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의 경제가 크다고는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경제권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라는 점에서, 중국발 충격을 흡수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리커노믹스', 공산당 위기부터 극복해야
중국은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하고 있는 반면 서구 경제권은 '민스키 모멘트'를 겪고 있어 중국의 위기를 흡수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민스키 모멘트'는 금융시장 비관론자들이 '최고의 경제학자'로 추앙하는 하이먼 민스키가 제시한 이론으로 "어느 순간 민간투자자들이 일제히 발을 빼려고 나서면서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져드는 순간"을 말한다.
현재 시진핑 체제의 중국 정권에서 리커창 총리가 중국 경제모델의 '연착륙'을 책임지고 있는 '리커노믹스'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 리커노믹스란 인위적 부양책 대신 경제구조 개혁을 통해 근본적 문제를 타개하려는 구조조정 정책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릴 때도 구조조정을 추진할 만큼 정치적 입지가 탄탄한지에 대해 의문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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